*** 정치, 행정, 정책이나 보육, 교육, 복지 그 어느 것에도 전문성은 없지만, 직접 아이를 키우며 느낀 점들을 솔직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2014년 가을 태어난 아이는 올해 4살이 되었고, 이런저런 아직 기관에는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임신, 출산, 육아를 거쳐 오면서 우리나라 무상보육 시스템을 직접 겪고 있는 주부입니다.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으로 ‘전업맘’과 ‘워킹맘’의 경계를 넘나드는 ‘학생맘’으로 엄마들을 가르는 불편한 경계 어딘가에서 살고 있습니다. ***
■ 무상보육과 정치
과거 무상급식을 둘러 싼 논쟁은 여러 정치인의 어록을 탄생시키는가 하면 서울시장이 교체되는 희대의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되었다. 반면, 무상보육은 정치 진영 간의 싸움의 양상이 조금 다르다. 워낙 저출산이 문제되고 있고 경력단절 여성, 남녀평등(고용, 육아휴직, 승진, 임금 등등 여러 면에서의 평등), 황혼 육아, 빈곤 가정, 아동 학대와 같은 다층적인 문제들이 얽힌 부분이라 무상으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모든 정치권에서 공약으로 또는 표어로 내세우고 있다. 향후 표심을 잡기 위해서 오히려 더욱 확대된 무상 보육 정책들을 개발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무상보육은 보수-혁신의 이데올로기 속에서도 살아남은 공통의 키워드라고 하고 있으며, 출산 장려가 앞으로의 산업 발전이며 국가 존속까지 가장 최우선 과제임을 생각해 볼 때 이미 전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무상 보육의 형태, 범위, 구체적인 시행 방법, 기간 등에 대해 수많은 의견이 있고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무상보육의 허점
진짜 문제는 지금의 무상보육이 전혀 ‘무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쉽게 말한다. 아이 낳으면 매달 돈 주지, 어린이집 다 무료지, 초등학교만 가면 의무교육이지, 사교육 덜 시키고 명품 유모차 끌지 않으면 돈 들일이 뭐가 있냐고. 그러나 무상보육에도 비용이 발생한다.
첫째로, 어린이집은 절대로 무료가 아니다. 그리고 내가 집에서 쉬자고 놀자고 아이를 일찍부터 쉽게 보낼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나도 아이가 태어난 직후 동네 여러 곳의 어린이집에 입소대기를 신청했다. 보낼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6곳에 대기신청을 할 수 있는데 요즘처럼 학대사건이 빈번하고 언론에 등장하지도 않는 작은 사건사고가 많은 때에 집에서 가깝다고 신청하는 엄마는 없을 것이다. 불시에 방문했더니 집이 얼음장 같았다거나, 간식으로 불량식품 같은 과자만 매일 나온다거나, 아이들의 생일잔치에 엄마들의 정성을 강요한다거나. (아이들의 생일잔치는 보통 매월 있는데 생일인 아이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생일을 맞은 아이는 같은 반 아이들에게 답례품과 음식을 대접해야 한다. 매월 주는 쪽이든 받는 쪽이든 되는 데다가 아이를 맡기는 입장이다보니 엄마들은 약간 과한 정성을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에게 쏟아야 하는 입장이다. ) 사건이 일어난 어린이집도 쉬쉬하며 무마하기 때문에 주의 깊게 검색해보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는다.
지금 아이는 29개월인데 6곳 중 연락 온 곳은 두 군데뿐이다. 그것도 보내고자 했던 시기보다 훨씬 일찍. 그렇다면 취소하고 다시 걸면 되지 않겠냐 하지만, 나도 물론 해봤다. 그리고 6곳 모두 아직 연락이 없는데 올해 봄부터는 대기 가능 수를 3개로 축소한다고 한다. 물론 국공립 어린이집은 대기조차 걸지 않았다. 대기순번이 1천번대는 가뿐히 넘는다. 맞벌이로 분류가 되더라도 어린이집 보내기는 하늘의 별 따기, 선생님과 시스템을 믿지 못하고 원하는 시기에 보낼 수도 없는데 무료라고 무조건 보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보육료는 무료라 해도 입학금, 원복비, 특별활동비(신청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거실에서 특별활동을 할 동안 안 하는 내 아이만 방에 따로 놀고 있어야 한다. 소위 통합보육시간에는 TV를 보여주면서 때우는 경우가 매우 잦다.), 기타 등등의 명목으로 만 2세반에서도 적게는 몇만원 많게는 10몇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살림을 꾸려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요즘처럼 주거비와 생활비가 높은 세상에 매달 10만원 지출을 한다는 게 얼마나 아까운지.
따라서 나는 무상보육 테두리에 무상 어린이집은 존재하지 않는 제도라고 생각하고 우후죽순 생긴 어린이집들의 자격미달로 생기는 미처 다 열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비용이라고 계산해보면 가정 내 직접 보조하는 양육수당(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다.) 외에는 과연 무상보육 정책이라는 게 있나 싶다.
둘째, 지나치게 모든 정책이 파편화 되어있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시간제 보육, 아이돌봄 서비스 등이 있지만 일원화된 정보를 가르쳐 주는 곳이 없다. 아이를 낳으면 자동적으로 관련된 정보를 배송하고 이를 신청할 수 있는 단일 창구가 필요하다. 모두 다 정부 홈페이지인데도 일일히 회원가입을 해야 하고 서비스에 맞는 홈페이지들을 검색해서 찾아다녀야 한다. 심지어 서울시는 보육 포탈도 따로 존재한다. 모바일 지원이 되지 않는 곳, 제각기 어플을 다운받아야하는 불편함도 있다. 이 서비스들을 이용하려 해도 인원부족, 시설부족으로 몇 주씩 기다려도 받을 수 없다는 후기들과 고정적으로 맡는 돌보미가 아닌 시간제 돌보미에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엄마들이 생각보다 적다는 정도로 평가하려 한다.
이렇게 저렇게 쪼갠 서비스들보다는 (물론 이 모든 서비스는 정부 보조는 있으나 비용이 발생한다.) 차라리 가정 수당을 높이고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및 시설 개선, 평가제도 개선 등에만 힘쓰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계획이라는 게 현장에서 부딪히는 엄마의 느낌이다. 지금의 정책들은 ‘우리 정부는 이렇게 많은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보여주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브레인 스토밍해서 모아놓은 느낌이 들 뿐이다.
결론적으로 무상 보육이 과연 경력 단절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가? 아니다. 아이 때문에 경력을 그만 두어야 하나 고민되는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그 어떤 차별 없는 남녀 평등한 육아휴직제도다.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기고 회사에 나가서 경력을 쌓는다 하면서 하원시간에 종종거리고, 부족한 시간에는 등하원시터와 양가의 도움을 받으며 결국 회식이며 워크샵이며 자기계발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회사 중심부에서 뒤쳐지다가 버티고 버티다가 월급은 시터 비용으로 다 나가고 40대에 퇴직하는 것? 그것이 경력이 이어져 온 여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엄마만이 아니라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를 직접 안전하고 행복하게 키우고 싶어한다. 우리나라의 무상보육 제도는 철저하게 어린아이부터 맡기고 출근하는 시스템이다. 그렇다고 종일 안심이 가게끔 편리하게 맡아주는 것도 물론 아니다. (대학보다 더 어려운, 살벌한 추첨제의 유치원은 이보다 더 양심이 없다. 월 40만원 이상 돈을 내면서 눈치는 그대로 봐야 한다. 애 낳기 전에는 월 일이백 놀이학교와 영어유치원 학부모가 참 이상했는데, 유치원 추첨도 떨어지고 맞벌이에 아기를 돌봐줄 곳이 없으면 비싸도 보내야 하는 곳이었다.) 다자녀, 간병, 질병, 학업, 취직준비 등 여러 이유가 있는 부모들을 무조건 전업과 맞벌이의 이분법으로 나눠서 국가에서 컨트롤하려고 하다 보니 현실과의 괴리가 점점 심해지는 것이다.
남녀 모두에게 육아휴직 제도를 확실하게 보증하고 최소 세 돌 이후 보육기관에 보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전반적으로 다시 판을 짜야 한다. 아이도 부모와 떨어질 준비가 필요하고 부모도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가정에서의 사회화를 담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기관에 보내지 않는다. 대학원생도 맞벌이 부모로 등록하면 순번이 당겨지기에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어쩌면 유치원도 안 (혹은 못) 보낼지 모른다. 맞으면 맞았다, 밥을 못 먹으면 못 먹었다 표현할 나이까지 기다려야지 했던 생각이 가장 크고 (유아학대 뉴스는 매일매일 나오는 기분이다. 아이들에게 밥을 준 척 밥풀을 묻혀 식판을 돌려보냈다는 일도 들었다.) 아이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첨가물이 잔뜩 든 간식들을 먹이고, 일찍 하원 하는 아이들이 가고 난 뒤 TV로 만화나 시청하며 시간을 죽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동물원이나 놀이공원에서 흔히 보이는, 열 명 내외 아이들은 혼자 돌보며 억지웃음을 짓게 해서 사진을 찍어주고 윽박지르듯이 아이들을 인솔하는 선생님들과 지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보육이 정말 무상 보육인가? 그렇다고 하기엔 비용이 많이 든다. 그리고 이 비용들은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고 어른이 되면 부모와의 관계 문제로 부채가 되어서 다시 돌아올 것이다. 물론 이런 과정을 보고 들은 더 젊은 세대들은 아이도 낳지 않아 어쩌면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덧: 반면 가정 내 양육수당은 매우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첫 1년 월 20만원으로 아기 분유, 기저귀, 물티슈를 구매하고도 간단한 장난감이며 옷가지를 사주는데 유용하게 썼고 그 다음 1년은 분유를 끊었기에 15만원으로 기저귀, 물티슈, 우유, 이유식 물품을 사는 데에 알맞았다. 올해 수령하는 월 10만원으로는 기저귀와 아이 간식거리를 살 수 있다. 모든 무상보육 서비스가 이상한 건 아니었다, 양육수당은 적절하고 확실하게 지급되었다.)
*** 정치, 행정, 정책이나 보육, 교육, 복지 그 어느 것에도 전문성은 없지만, 직접 아이를 키우며 느낀 점들을 솔직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2014년 가을 태어난 아이는 올해 4살이 되었고, 이런저런 아직 기관에는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임신, 출산, 육아를 거쳐 오면서 우리나라 무상보육 시스템을 직접 겪고 있는 주부입니다.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으로 ‘전업맘’과 ‘워킹맘’의 경계를 넘나드는 ‘학생맘’으로 엄마들을 가르는 불편한 경계 어딘가에서 살고 있습니다. ***
■ 무상보육과 정치
과거 무상급식을 둘러 싼 논쟁은 여러 정치인의 어록을 탄생시키는가 하면 서울시장이 교체되는 희대의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되었다. 반면, 무상보육은 정치 진영 간의 싸움의 양상이 조금 다르다. 워낙 저출산이 문제되고 있고 경력단절 여성, 남녀평등(고용, 육아휴직, 승진, 임금 등등 여러 면에서의 평등), 황혼 육아, 빈곤 가정, 아동 학대와 같은 다층적인 문제들이 얽힌 부분이라 무상으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모든 정치권에서 공약으로 또는 표어로 내세우고 있다. 향후 표심을 잡기 위해서 오히려 더욱 확대된 무상 보육 정책들을 개발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무상보육은 보수-혁신의 이데올로기 속에서도 살아남은 공통의 키워드라고 하고 있으며, 출산 장려가 앞으로의 산업 발전이며 국가 존속까지 가장 최우선 과제임을 생각해 볼 때 이미 전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무상 보육의 형태, 범위, 구체적인 시행 방법, 기간 등에 대해 수많은 의견이 있고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무상보육의 허점
진짜 문제는 지금의 무상보육이 전혀 ‘무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쉽게 말한다. 아이 낳으면 매달 돈 주지, 어린이집 다 무료지, 초등학교만 가면 의무교육이지, 사교육 덜 시키고 명품 유모차 끌지 않으면 돈 들일이 뭐가 있냐고. 그러나 무상보육에도 비용이 발생한다.
첫째로, 어린이집은 절대로 무료가 아니다. 그리고 내가 집에서 쉬자고 놀자고 아이를 일찍부터 쉽게 보낼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나도 아이가 태어난 직후 동네 여러 곳의 어린이집에 입소대기를 신청했다. 보낼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6곳에 대기신청을 할 수 있는데 요즘처럼 학대사건이 빈번하고 언론에 등장하지도 않는 작은 사건사고가 많은 때에 집에서 가깝다고 신청하는 엄마는 없을 것이다. 불시에 방문했더니 집이 얼음장 같았다거나, 간식으로 불량식품 같은 과자만 매일 나온다거나, 아이들의 생일잔치에 엄마들의 정성을 강요한다거나. (아이들의 생일잔치는 보통 매월 있는데 생일인 아이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생일을 맞은 아이는 같은 반 아이들에게 답례품과 음식을 대접해야 한다. 매월 주는 쪽이든 받는 쪽이든 되는 데다가 아이를 맡기는 입장이다보니 엄마들은 약간 과한 정성을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에게 쏟아야 하는 입장이다. ) 사건이 일어난 어린이집도 쉬쉬하며 무마하기 때문에 주의 깊게 검색해보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는다.
지금 아이는 29개월인데 6곳 중 연락 온 곳은 두 군데뿐이다. 그것도 보내고자 했던 시기보다 훨씬 일찍. 그렇다면 취소하고 다시 걸면 되지 않겠냐 하지만, 나도 물론 해봤다. 그리고 6곳 모두 아직 연락이 없는데 올해 봄부터는 대기 가능 수를 3개로 축소한다고 한다. 물론 국공립 어린이집은 대기조차 걸지 않았다. 대기순번이 1천번대는 가뿐히 넘는다. 맞벌이로 분류가 되더라도 어린이집 보내기는 하늘의 별 따기, 선생님과 시스템을 믿지 못하고 원하는 시기에 보낼 수도 없는데 무료라고 무조건 보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보육료는 무료라 해도 입학금, 원복비, 특별활동비(신청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거실에서 특별활동을 할 동안 안 하는 내 아이만 방에 따로 놀고 있어야 한다. 소위 통합보육시간에는 TV를 보여주면서 때우는 경우가 매우 잦다.), 기타 등등의 명목으로 만 2세반에서도 적게는 몇만원 많게는 10몇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살림을 꾸려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요즘처럼 주거비와 생활비가 높은 세상에 매달 10만원 지출을 한다는 게 얼마나 아까운지.
따라서 나는 무상보육 테두리에 무상 어린이집은 존재하지 않는 제도라고 생각하고 우후죽순 생긴 어린이집들의 자격미달로 생기는 미처 다 열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비용이라고 계산해보면 가정 내 직접 보조하는 양육수당(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다.) 외에는 과연 무상보육 정책이라는 게 있나 싶다.
둘째, 지나치게 모든 정책이 파편화 되어있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시간제 보육, 아이돌봄 서비스 등이 있지만 일원화된 정보를 가르쳐 주는 곳이 없다. 아이를 낳으면 자동적으로 관련된 정보를 배송하고 이를 신청할 수 있는 단일 창구가 필요하다. 모두 다 정부 홈페이지인데도 일일히 회원가입을 해야 하고 서비스에 맞는 홈페이지들을 검색해서 찾아다녀야 한다. 심지어 서울시는 보육 포탈도 따로 존재한다. 모바일 지원이 되지 않는 곳, 제각기 어플을 다운받아야하는 불편함도 있다. 이 서비스들을 이용하려 해도 인원부족, 시설부족으로 몇 주씩 기다려도 받을 수 없다는 후기들과 고정적으로 맡는 돌보미가 아닌 시간제 돌보미에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엄마들이 생각보다 적다는 정도로 평가하려 한다.
이렇게 저렇게 쪼갠 서비스들보다는 (물론 이 모든 서비스는 정부 보조는 있으나 비용이 발생한다.) 차라리 가정 수당을 높이고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및 시설 개선, 평가제도 개선 등에만 힘쓰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계획이라는 게 현장에서 부딪히는 엄마의 느낌이다. 지금의 정책들은 ‘우리 정부는 이렇게 많은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보여주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브레인 스토밍해서 모아놓은 느낌이 들 뿐이다.
결론적으로 무상 보육이 과연 경력 단절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가? 아니다. 아이 때문에 경력을 그만 두어야 하나 고민되는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그 어떤 차별 없는 남녀 평등한 육아휴직제도다.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기고 회사에 나가서 경력을 쌓는다 하면서 하원시간에 종종거리고, 부족한 시간에는 등하원시터와 양가의 도움을 받으며 결국 회식이며 워크샵이며 자기계발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회사 중심부에서 뒤쳐지다가 버티고 버티다가 월급은 시터 비용으로 다 나가고 40대에 퇴직하는 것? 그것이 경력이 이어져 온 여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엄마만이 아니라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를 직접 안전하고 행복하게 키우고 싶어한다. 우리나라의 무상보육 제도는 철저하게 어린아이부터 맡기고 출근하는 시스템이다. 그렇다고 종일 안심이 가게끔 편리하게 맡아주는 것도 물론 아니다. (대학보다 더 어려운, 살벌한 추첨제의 유치원은 이보다 더 양심이 없다. 월 40만원 이상 돈을 내면서 눈치는 그대로 봐야 한다. 애 낳기 전에는 월 일이백 놀이학교와 영어유치원 학부모가 참 이상했는데, 유치원 추첨도 떨어지고 맞벌이에 아기를 돌봐줄 곳이 없으면 비싸도 보내야 하는 곳이었다.) 다자녀, 간병, 질병, 학업, 취직준비 등 여러 이유가 있는 부모들을 무조건 전업과 맞벌이의 이분법으로 나눠서 국가에서 컨트롤하려고 하다 보니 현실과의 괴리가 점점 심해지는 것이다.
남녀 모두에게 육아휴직 제도를 확실하게 보증하고 최소 세 돌 이후 보육기관에 보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전반적으로 다시 판을 짜야 한다. 아이도 부모와 떨어질 준비가 필요하고 부모도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가정에서의 사회화를 담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기관에 보내지 않는다. 대학원생도 맞벌이 부모로 등록하면 순번이 당겨지기에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어쩌면 유치원도 안 (혹은 못) 보낼지 모른다. 맞으면 맞았다, 밥을 못 먹으면 못 먹었다 표현할 나이까지 기다려야지 했던 생각이 가장 크고 (유아학대 뉴스는 매일매일 나오는 기분이다. 아이들에게 밥을 준 척 밥풀을 묻혀 식판을 돌려보냈다는 일도 들었다.) 아이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첨가물이 잔뜩 든 간식들을 먹이고, 일찍 하원 하는 아이들이 가고 난 뒤 TV로 만화나 시청하며 시간을 죽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동물원이나 놀이공원에서 흔히 보이는, 열 명 내외 아이들은 혼자 돌보며 억지웃음을 짓게 해서 사진을 찍어주고 윽박지르듯이 아이들을 인솔하는 선생님들과 지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보육이 정말 무상 보육인가? 그렇다고 하기엔 비용이 많이 든다. 그리고 이 비용들은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고 어른이 되면 부모와의 관계 문제로 부채가 되어서 다시 돌아올 것이다. 물론 이런 과정을 보고 들은 더 젊은 세대들은 아이도 낳지 않아 어쩌면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덧: 반면 가정 내 양육수당은 매우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첫 1년 월 20만원으로 아기 분유, 기저귀, 물티슈를 구매하고도 간단한 장난감이며 옷가지를 사주는데 유용하게 썼고 그 다음 1년은 분유를 끊었기에 15만원으로 기저귀, 물티슈, 우유, 이유식 물품을 사는 데에 알맞았다. 올해 수령하는 월 10만원으로는 기저귀와 아이 간식거리를 살 수 있다. 모든 무상보육 서비스가 이상한 건 아니었다, 양육수당은 적절하고 확실하게 지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