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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신나라마당의 프로젝트는 정책마당에서 담쟁이들의 토론과 제안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본 문화예술계가 나아가야할 길

담쟁이
2019-03-08
조회수 349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통해 본 문화예술이 나아가야 할 길] 

 

 

 

1.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현재

 

헌법 22조는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고 밝히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는 2003헌가1에서 『오늘날에 와서는 국가가 어떤 문화현상에 대하여도 이를 선호하거나, 우대하는 경향을 보이지 않는 불편부당의 원칙이 가장 바람직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 문화국가원리의 이러한 특성은 문화의 개방성 내지 다원성의 표지와 연결되는데, 국가의 문화육성의 대상에는 원칙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문화창조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모든 문화가 포함된다.』 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최근 이와 같은 헌법적 가치에 명백히 위배되는 일이 일어났다.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정부에서 정권에 비우호적인 문화, 예술인을 탄압하기 위하여 비밀리에 작성된 리스트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당시 정무수석),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의 주도로 작성된 리스트는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는 서명자 594명, 세월호 시국선언을 한 문학인 754명,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한 문화인 6,517명, 그리고 박원순 후보 지지선언을 한 문화인 1,608명으로 총 9,473명으로 이루어졌다.

 

문화가 가지는 핵심적인 가치이자 본질적인 요소는 다양성에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문제인 근본적인 이유는 그것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순간 문화는 더 이상 꽃피울 수 없다.

 

또한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문화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실재적 위험이다. 문화계는 소수의 몇몇을 제외하곤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은 구조로 되어있다. 정부의 지원은 이들이 정상적으로 창작 활동을 하며 생계를 보장받는데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예술인의 산재보험을 인정하고 창작자금을 지원하는 예술인 복지법이 시행된지 채 2년이 되지 않아서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이다.

 

또한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정치적 탄압의 도구로 쓰인다. 예술과 정치는 상호 밀접한 관계를 맺기에 결코 유리될 수 없다. 예술은 정치적 발언으로 표현되며 정치는 예술이 융성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즉, 특정 예술적 표현과 특정 이념을 지지하는 문화인을 억압하는 것은 정치적 탄압과 다름이 없다.

 

 

2.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폐기

 

이와 같은 이유로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전적으로 폐기되어야 한다. 이는 비단 박근혜 정부에서 작성된 문화계 블랙리스트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많은 정부에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왔으며 앞으로도 작성될 가능성이 있다.

 

어떤 이는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불온한 사상을 가진 이들을 가려내는 도구이며, 국가 체제를 수호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것이며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이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음을 부정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국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촛불의 역동성과 탄핵을 통한 헌법질서의 수호는 대한민국 국민이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폐기할 때 비로소 문화는 융성할 수 있으며 한국 사회는 다양한 즐거움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기반을 가지는 것이다.

 

 

3. 문화예술이 나아가야 할 길

 

나아가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과 방향을 제안한다.

 

1) 정부 정책결정 과정에서 문화 예술인들의 참여

 

정책결정 과정에서 문화 예술인들이 참여해야 한다. 문화 예술인이 없이 만들어진 정책은 실제로 문화계의 상황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보다 더 공정하고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문화 예술인이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하고 실질적으로 이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문화 예술인들이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의 입안자로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2) 문화 옴부즈만 제도

 

문체부는 문화예술계 자율성을 확립하기 위한 논의 기구를 구성하고, 문화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하며, 문화예술 표현이나 활동에 부당한 차별이나 개입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게끔 ‘예술가 권익 보장을 위한 법률(가칭)’을 발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화예술위원회도 심사위원 선정 방식 개선, 옴부즈맨 제도 신설, 사업 복원 및 예산 확충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겠다”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3월9일 블랙리스트로 배제된 사업을 재추진할 긴급 예산 85억원을 편성하기도 했다.

 

문화 옴브즈만 제도가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 제도에 실질적으로 강제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사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 없다면 적어도 구조적으로라도 옴부즈만의 발언이 유효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추어 져야한다. 덴마크의 옴부즈만은 권고권한만 가짐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옴부즈만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의회가 옴부즈만의 권고를 무시한다면 즉각적 비난의 대상이 된다.

 

3) 인식 변화의 필요성 –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열린 마음

 

문화는 문화예술인들의 자기표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중이 향유하는 것이다. 대중과 유리된 문화는 성장의 동력을 잃는다. 문화는 취향을 수반하므로 개인의 취향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문화가 소외당한다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특정 상황에서 특정 예술은 소외를 넘어서서 무차별적 공격을 당한다. 이는 문화에 대한 취향이 달라서가 아니라 다른 사고와 표현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은 정치,사회 기타 영역이 표현할 수 없는 사고들 –때로는 급진적이며 때로는 황당한-을 합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다. 우리는 예술적 표현에 더 열려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4) 올바르게 소비하고 평가하기

 

문화는 올바르게 소비되어야 한다. 좋은 작품과 훌륭한 경기를 보았다면 이에 상응하는 값을 주어야만 한다. 불법적인 방법들로 문화가 소비되어서는 안되며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반드시 존중받아야 한다. 또한 문화에 대한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 져야 하며 소비자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5) 문화계 내부의 구조 개혁

 

정부와 시민뿐만 아니라 문화계 내부에서도 스스로 자성이 필요하다. 선수협회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선수를 평가하고, 파벌적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 음악계 역시 특유의 폐쇄적 구조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문단은 수익을 내기 위해 특정 작가를 신화화해서는 안된다. 영화계는 대형 배급사의 독식 구조가 개선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많은 문화 예술 영역에서는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있다. 문화계는 스스로 끊임없이 자기 성찰의 자세를 가져야 하며 문제들을 내부로부터 고쳐나가야만 한다.

 

 

4. 나오며

 

문화는 사회의 여러 영역 중 가장 자유로운 영역이다. 문화를 통해서 우리는 다양한 가치들을 만나며 사유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또한 문화는 사회 비판적 기능을 수행하는 훌륭한 도구이기도 하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폐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위에서 제시한 정책들이 지켜질 때, 우리는 더욱 풍요로운 문화 속에서 2030년을 맞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