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프로젝트


신나라마당의 프로젝트는 정책마당에서 담쟁이들의 토론과 제안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한국교육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담당자
2019-03-08
조회수 45947

17 교육개혁
◎ 대학입시 열풍 속에 학업스트레스로 인한 학생 자살은 사라질까?
No : 사라지지 않는다.
◎ 공교육은 정상화되고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질 수 있을까?
No : 지금 시스템대로 간다면 그러기 어렵다.

 

 

1. 들어가며
 한국교육은 문제다. 획일화된 수업방식, 전문지식 암기위주의 공부, 낮은 수준의 OECD 학생 삶 만족도, 사교육비 증가 등등 한국교육의 치부를 드러내는 수식어는 넘친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교육에 큰 문제가 있고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문제인식보다 해결방안을 말하지 못 한다. 교육은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말하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에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다. 가르치는 선생님의 위치가 중요하고 듣는 학생들의 입장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한국 공교육은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게 하려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내용을 잘 숙지하고 암기하고 주어진 문제를 잘 푸는 소수의 학생들을 선발하고 나머지 뒤쳐진 아이들은 돌보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전해주는 지식과 정보를 기계적으로 암기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꿈이 없다. 심지어 부모, 선생님 등이 꿈마저 심어준다. 정작 본인이 하고 싶은 것, 꿈꾸는 것은 대학 가서 생각하기 시작한다. 대학에서 학과를 선택할 때도 성적에 맞춰서 결정한다. 대학에 들어간 후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갈팡질팡한다.

 

20대 중반까지 계속 교육을 받았음에도 창의력, 문제해결능력은 떨어진다. 명문대에 진학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계속 공부를 한다. 공부의 끝이 없다. 20년간 교육을 받으면서 내가 평생을 걸쳐 하고자 하는 것, 꿈꾸는 것을 생각해 볼 일이 없다.

 

무엇보다도 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가 낮다. 최근 보고된 ‘2015 PISA 학생 웰빙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는 6.36점으로 터키에 이어 꼴찌 수준이다. 보고서를 보면 한국 학생들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성적을 잘 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 문제제기
한국 교육에 있어 큰 문제 중 하나는 청소년 학생들의 자살율이 높다는 것이다. 왜 한국의 청소년들은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시기에 꽃이 되지 못 하고 저버리는 걸까?

 

 2.1 한림대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이 자살을 결심한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1위는 학교 성적(26.8%)이다. 즉, 흥미가 없는 과목,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시키고 그걸 바탕으로 평가를 하고 성적을 매기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방과후 늦은 시간까지 학원을 다니면서 삶의 의욕을 잃는 경우가 다반사다.



통계청의 초중고별 사교육 참여 실태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의 평균 사교육 참여율은 67.8%다. 심지어 초등학교의 사교육 참여율은 80%로 중고등학생보다 높다. 5명 중 4명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에 다닌다는 얘기다. 비용도 평균 25만 6천원이다. 낮아보이는 이유는 평균값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사교육에 있어서도 교육불평등이 심하다.



2.2 다음은 한국의 초등학교 도덕 문제다.
질문) 친구가 남의 물건을 훔쳐 자기 가방에 넣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음 중, 도덕적으로 가장 옳은 나의 행동은 ?
➀ 그 친구가 안 볼 때 몰래 훔친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➁ 더 실수하지 않게 선생님께 말씀드린다.
➂ 아무도 모를 때 돌려놓으라고 조용히 친구를 불러서 설득한다.
➃ 일단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정답은 ➂번.
이유) 잘못을 처벌하기보다 친구 자신이 개인적 양심을 비추어 실수를 뉘우치고 도덕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상적인 도덕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JTBC 비정상회담에 나왔던 질문으로 사실상 정답을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비정상회담 대표들은 모든 답이 답같다고 말하며 각자의 정답을 말하고 의견을 말했다. 위 자료들은 한국 교육의 실태에 관한 자료 중 일부다.


한국 교육에 문제제기를 하는 많은 전문가의 글을 보고 내 스스로 학창시절을 돌아볼 때 한국 교육 문제, 한국 청소년들이 고통받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된다.

 

1) 국영수 위주의 일방식 강의 수업이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다.
2) 학생이 잘 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등 능력과 적성에 대한 탐구는 없다.
3) 성적 비교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4) 좋은 성적을 위해, 남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학원에 시달린다.

 

이런 이유로 한국 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극단적인 경우는 자살까지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왜 한국교육은 이렇게 이루어지고 있는 걸까?

왜 우리는 일방적인 강의를 듣고 있고, 성적으로 친구와 비교를 당하고 있고,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날 길이 없을까? 내가 생각한 근본적인 원인은 다음과 같다.

 

1) 기존의 평가 방식이 용이해서다. 객관식 문제가 학생을 평가하고 성적을 매기는데 더 편리하고 빠르고 뒤탈이 없다. OMR 마킹을 해서 기계에 돌리면 성적이 나온다. 서술형문제는 채점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객관적 평가가 어려워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2) 바꾸려고 해도 기존의 틀을 바꾸기 쉽지 않다. 여태까지 수많은 교육과정 개편이 있었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소수의 열정있는 공교육 교사들이 수업 내에서 토론 등 다양한 방법의 수업 방식을 활용하려 하지만 결국엔 평가할 때는 기존 방식으로 돌아가게 된다.
 + 교사들 설문, 한국교육 인식/개선태도 지표

 


3. 대책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무엇을 바꿔야 한국 교육이 학생들의 적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공교육의 평가 방식, 즉 시험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험 방식부터 바뀌어야 수업 방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가령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아래 두 문제가 있다고 했을 때 어떤 문제가 학생의 사고력을 더 키워 줄까?
교육의 목적은 사건 발생년도를 외우는 것일까? 사고력을 기르는 것일까?

 

객관식
서술형

다음 사건들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한 것 중 올바른 것은?

 

보기

㉠갑오개혁 ㉡동학농민운동

㉢을미사변 ㉣아관파천

 

➀ ㄱㄴㄷㄹ

➁ ㄹㄴㄷㄱ

➂ ㄴㄱㄷㄹ

➃ ㄹㄷㄱㄴ

➄ ㄱㄹㄷㄴ

‘전쟁이 사회 변화를 가속화하는가’ 라는 주장에 대해 두가지 이상의 전쟁 사례를 들어 자신의 생각을 논하시오.


객관식 문제는 단순히 사건이 발생한 연도를 외우면 풀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서술형은 반대로 연도보다는 사건이 발생한 이유, 사건 발생 과정과 결과를 충분히 이해하고 나서 이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써야 하는 문제다. 서술형 문제가 훨씬 깊고 넓은 수준의 사고를 요구한다.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내 생각을 말하고 그에 대해 근거를 댈 수 있는 훈련을 하는 것이 참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위와 같은 서술형 문제에서는 정답이 정해진 것이 아니다. 다양한 의견이 ‘허용’된다. 누가 정해진 답을 가르쳐줘서 풀릴 것이 아니다. 내가 직접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고 생각해보아야 쓸 수 있다.

 

또한 본인이 질문을 직접 던지고 그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고 스스로 말과 글로 정리하는 수업이 21세기 사회가 요구하는, 1초마다 빠르게 바뀌는 현대 사회에 걸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방법일 것이다. 이런 문제 역시 처음에는 고통일 수 있겠으나 지식을 달달 암기하고 단순히 ox로 끝나버리는 평가방식보다는 덜 고통스러울 것이라 생각된다.

 

이를 볼 때 학생의 수업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청소년 자살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일단 평가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시험에서 객관식 문항을 줄이고 서술형을 늘려서 학생들의 답안 하나하나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단순한 지식을 외우지 못했다고 해서 단순하게 오답 처리를 해 버리고 학생의 성적을 매기는 것은 그 학생의 빛나는 진면모를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기본적인 지식은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 사실, 지식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을 양성하는 게 나라가 해야 할 교육이다.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모른다고 해서 멍청한 학생이라고 할 게 아니라 그 내용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는지, 얼마나 이해했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게 교육의 진짜 목적이다.

 

서술형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는 다행스러운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 숫자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율 저하로 인해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현저하게 줄고 있다. 이는 그만큼 교사가 책임지고 신경써야 하는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두 번째로 수업 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시험 방식부터 변하고 나면 수업 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수업 방식도 일방식 교육에서 학생들끼리의 자율적인 토론, 토의하는 수업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선생님의 생각, 교과서의 정해진 지식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말하고 공유하는 연습을 많이 하는 식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배우는 과목도 바뀌어야 한다. 가장 바꾸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국영수 위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미술, 체육, 음악 분야도 한 가지 이상 포함하여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모두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국영수사과에 더하여 미래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과목들을 학생과 선생님, 교육청, 학부모의 동의하에 신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모든 과목을 배울 것이 아니라 그 중에서 취사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총 몇 과목 중에 내가 관심있는 과목 몇 가지만 제대로 학습하면 이수가 되는 교과과정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4. 맺으며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모든 아이가 타고난 과학자’ 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누구나 과학자의 호기심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아이들로부터 그 능력을 빼앗고 있다’고 덧붙인다.

 

학생들은 저마다 관심이 있는 분야가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 알아보고 싶은 것, 관심가는 것, 호기심이 생긴 것에 대해서는 능동적으로 배울 자세도 갖추고 있다. 지금의 공교육은 그 호기심을 없애고 있다.

 

학생들의 호기심을 없애는 공교육은 필요없다. 학교에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간다면, 그래서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숙제를 하거나 잠을 자러 간다면 무엇하러 학교 수업을 들어야 하는가. 그냥 시험만 보러 갔다 오면 되지 않을까.

 

이 글에서 주장하는 대책의 포인트는 시험 방식, 평가 방식의 변화다. 시험 방식의 변화가 수업 방식, 수업 내용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대학에서도 객관식, 단답형, 서술형, 약술형 등 다양한 문제 형태를 활용하는데 시험 문제 양상에 따라 학습하는 방법, 공부하는 방법이 바뀐다.

 

한국 교육을 바꾸려면 평가방식부터 내용까지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급진적이고 타협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평가방식을 바꾸고 수업 방식을 바꾸고 수업 과목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평가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 교육 개혁의 시작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정작 어른이 되어서 직업을 가지게 되고 사회생활을 할 때 되어서는 다른 중요한 능력들이 요구된다. 업무 처리 능력뿐 아니라 도구활용능력, 창의력, 대인관계능력, 소통 능력이 매우 중시된다. 취업에 있어서도 학점과 더불어 스펙, 활동을 보는 이유다.

 

EBS 교육대기획 다큐멘터리 <시험>의 5부 ‘누가 1등인가?’ 편을 보면 성적순으로 학생들을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알 수 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방송에 참가한 학생들을 미션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이 누구인지 소개하지 않은 채 같이 미션을 수행한다. 전문가 관찰자들은 '도구 활용능력', '이질적인 집단 속에서 상호작용하기', '자율적으로 행동하기' 로 나누어진 세 번의 미션을 수행하는 참가자 학생들의 행동을 보고 누가 뛰어난 인재인지를 평가한다.

 

각 미션마다 눈에 띄는 사람이 달랐다. 첫 번째 미션과 달리 두 번째 미션에서 부각되는 사람이 있었고, 세 번째 미션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었다.

 

놀라운 부분은 결말이다. 모든 미션이 끝나고 학생들은 자기소개를 한다. 제작진이 섭외한 학생들은 놀랍게도 모두 자기만의 분야를 찾아 전문가의 길을 가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수능을 만점맞은 학생부터 포기한 학생까지 성적은 제각각이었지만 각자 자기가 잘하는 분야가 있었고 각자 출중한 능력을 한 가지씩은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1960-70년대에 필요했던 인재상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기계처럼 전문 지식을 암기하고 시험을 잘 볼 줄 아는 사람은 과거의 인재다. 21세기의 인재는 다르다. 교육의 목적은 정답을 맞추고 끝나는 게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교육을 하는 행복한 학교를 꿈꾼다.
     

 


[참고자료]
‘중고생 자살원인 1위는 ‘성적’… 학업 스트레스 크다’, 동아닷컴, 2015-05-25
‘연초 심상찮은 출생아 감소…올해 38만명 그칠 듯’, 2017-04-26, 뉴스1
`행복하지 않아`…한국 학생 삶의 만족도 OECD국 `꼴찌 수준`, 이데일리, 2017-04-20
「2017 청소년 통계」, 통계청-여성가족부 보도자료 , 2017-04-18
사교육비로 휘청 언제까지…“공교육 예산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겨레, 2017-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