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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라마당의 프로젝트는 정책마당에서 담쟁이들의 토론과 제안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선제타격론'은 주권침해다

담쟁이
2019-03-08
조회수 196

냉대 받는 중국의 유세객, 우다웨이

 

사드 배치 논란으로 가뜩이나 어지러운 판에 이제 '선제 타격' 등 전쟁 위기까지 들먹이는 기이한 대선 국면이다.

 

중국에서 급거 날아온 유세객,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는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을 만나 사드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열심히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불통 그 자체, 효과는 거의 없어 보인다. 아마 중국은 한국 내 세력이 철저히 부족함을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2015년 중국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있었다. 중국 측 참가자들은 박근혜를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심지어 어떤 중국 학자는 자기 주변에 박근혜를 "제2의 김춘추"라고 추켜세우는 말까지 있다고 소개했다. 당시 필자는 그들과의 비공식인 자리에서 중국은 머지않아 반드시 박근혜에게 배신을 당할 것이며, 중국 정부든 학자들이든 한국의 친정부 측 인사만 접촉하지 말고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도 장기적으로 접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간 한국과 중국 두 나라 정부를 비롯해 일반인들도 서로 너무 잘 알고 있으며 친구 나라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단지 착시 현상이었다. 한국과 중국은 이제 수교한지 겨우 25주년밖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과 중국 공히 너무 시간이 짧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너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공공외교(Public Diplomacy)의 개념은 최근에야 강조되기 시작했다.

 

근본적 전환 : 사드를 넘어 평화와 공존으로

 

사실 사드 배치라는 문제에 우리 정치권이나 대선 후보들이 이토록 쩔쩔 매는 것은 물론 주견과 패기와 용기가 부족한 야당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누구에게도 설득력을 가지기 어려운, 3대 세습과 핵 실험으로 대표되는 북한의 '폭주' 행태 때문이다. 북한은 핵을 보유한다고 해 이른바 '정권의 안정'이 영원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과연 구소련이 핵이 없어서 붕괴했는가? 또 파키스탄은 핵을 보유했지만 아무도 파키스탄을 강대국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1994년에 이뤄진 경수로 건설을 포함한 제네바 합의는 실은 북한 붕괴를 가정하고 적당히 타협한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의 대북 통일정책이란 한 마디로 북한 붕괴라는 가설에 기초해 수립됐다. 막강하다고 알려진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도 기실 과대평가된 측면이 강하다. 이렇게 잘못된 가설과 전제 위에 지어진 정책과 전략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의 시각과 관점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사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바로 한반도에 공존과 나아가 평화의 체제를 정착시키는 데 그 길이 존재한다. 우선 호불호와 무관하게, 북한이라는 존재를 현실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북한은 현재 분쟁을 촉발시키고 있는 핵 개발을 현 수준에서 동결해야 할 것이며, 미국은 '이란 프로세스'를 참고해 북한 붕괴론에서 탈피하고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모색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도 지금 북한을 향해 군사적 위협을 소리 높여 주창하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협상 방안도 동시에 준비하고 있을 터이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일찍이 리영희 선생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지만, 우리 인간이란 좌우의 발로 걷고 좌우의 손으로 활동한다. 오른쪽 날개만 커진 새는 결코 균형 있게 날 수가 없고, 오른쪽 다리만 기형적으로 자라난 사람이 정상적으로 걷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안보 문제에 있어서 오른쪽으로만 보수에 과도하게 경사돼 정상적인 국가로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지금 한국은 미국 국내보다 미국의 말이 오히려 더 잘 먹히는 나라이다. 그러나 물극즉반(物極則反), 어떤 일이든 극에 이르면 쇠퇴하기 마련이다.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성조기까지 같이 들고 나오는 광경은 대단히 심각하고도 동시에 매우 과도한 현상이다. 미국에 대한 거센 반대의 물결을 예고하는 조짐일 수 있다. 미국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야말로 우리가 가진 '비장의 무기'다

 

역발상이 절실하다. 사드 배치로 온 나라가 시끄럽게 되고, 중국의 유세객 우다웨이 대표가 이렇게 굴욕을 무릅쓰고 불원천리 찾아오고 일본이 한일군사정보협정에 그토록 매달리는 것 모두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바로 우리 한반도는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 간에서 스스로의 몸값을 얼마든지 높일 수 있는 절호의 지정학적 위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항상 "고래등에 낀 새우" 격이라고 스스로 비하하고 지나친 자괴감을 갖게 되지만, 그러나 이제 우리의 국력도 세계 10위권에 진입할 정도로 강력해졌다. 바야흐로 단군 이래 가장 번성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지금의 국제정세야말로 주변 강대국의 힘을 다양한 합종연횡으로써 주도적으로 조정하면서 충분히 우리의 지정학적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점에서 유력 대선후보들의 패기와 자신감이 절실하다.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에게만이 아니라 미국에게도 당연히 'NO!' 해야 할 것은 'NO!'라고 말해야 한다. 트럼프는 도대체 무슨 권리를 가지고 있어 이렇게 우리 한민족 전체를 한 순간에 전쟁의 참화로 빠뜨릴 수 있는 선제타격론까지 주장하고 있는가? 이는 주권 침해의 차원을 넘어 한국이라는 국가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이며, 우리 민족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안하무인의 시각이다. 또 미국은 한국 국민의 엄청난 반대와 국제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배치를 왜 그렇게 고집하고 있는가를 비판받아야 한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는 법이다. 단기적으로 치밀한 대응책을 구사하되, 동시에 멀리 보고 장기적인 국가 외교 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할 일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야당을 포함해 우리의 외교정책은 기본적으로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친미 일변도의 성향으로 편향, 경사돼 있다. 당연히 그것은 현 국제 국면의 흐름을 올바르게 반영할 수 없으며, 국가 외교 전략을 잘못된 길로 이끌게 된다. 차기 정부에서는 이러한 구시대적 외교라인을 대대적으로 개혁해 현 단계 국제정세와 시대정신에 정확하게 부합할 수 있도록 조정돼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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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보러가기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02&aid=0002029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