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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포럼


새 정부 교육개혁, 경영 개선이 아니라 컨텐츠의 개혁이라야

문재인 정부 들어서 역시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교육개혁에 목청을 높이고 있다. 자사고나 특목고를 없애야 하느니 존치시켜야 하느니 하는 논쟁, 일반전형을 늘리고 수능반영 비율을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 수능의 절대평가화, 공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개혁의 목소리 등등…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이 왠지 공허하게 들린다. 왠지 내용이 빠진 형식이나 절차만을 주장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이 바뀌려면 우선 컨텐츠의 개혁, 개선이 필요하다. 학교운영의 절차 및 자금 지원, 통제 등 경영의 개선이 아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고등학교 내 컨텐츠의 개혁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교육이 신자유주의가 풍미한 21세기에 국가주의적 개혁을 추진하면서 인성과 실력의 저하를 가져왔다는 비판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하지만 이 와중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일본이 국제 바칼로레아(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를 공교육에 도입해 대학입시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IB는 잘 알다시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대학입학 자격을 부여하는 국제교육프로그램이다. 수업과 시험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이루어지지만, 국제바칼로레아기구는 일본에게 지난 2012년 일본어로 수업과 시험을 치룰 수 있도록 했다. 2015년 11월 현재 세계147개국 4,300여개 학교가 이 프로그램으로 교육하고 있다. 또한 IB 시험에 합격하면 세계75개국 2,500여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일본에서 IB의 공교육으로 도입은 일단 대학입시의 폭을 넓혔을 뿐만 아니라, 일본학생들의 외국대학으로의 입학을 공교육에서 담당한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등학교 교육을 단순 기능의 습득이 아니라 인성과 지식 등을 종합적으로 육성, 즉 전인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세계와 사물을 이해하고 미래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자각해 나갈 수 있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 프로그램을 연간 2,000여 만원 이상의 수업료를 지불하고 그것도 외국에서 생활하던 외교관과 상사 주재원 자녀 등 특수 계층만이 받을 수 있었다. 이것을 공교육화한 것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2013년 5월과 10월 「교육재생실행회의」에서 일본어 DP(Diploma Programme, 16~19세 대상 프로그램으로 최종시험에서 소정의 점수를 얻으면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대학입시 자격을 부여받는 과정)를 개발, 도입을 추진함으로써 IB를 대폭 확대시키고, 「대학은 입학자 선발에서 있어서 국제바칼로레아 자격 및 그 성적을 적극 활용을 도모한다」라고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대학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2016년 4월 현재 일본 고등학교 37개교가 IB인정 고등학교로 되었다. 2018년까지 200여개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대학도 IB 학생 입학을 차츰 확대하고 있다. 2015년 11월 현재 츠쿠바(筑波)대학, 오카야마(岡山)대학을 필두로 17개 대학이 IB입시를 실시하고 있고 25개 대학이 검토하고 있다. 국립대학협회도 2015년 9월 발표한 액션플랜에서, 입시개혁의 일환으로 추천입시, AO입시(Admissions Office, 입학사정관제 입시), IB입시 등을 확대해, 2021년까지 정원의 3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IB는 전형적인 서구적 교육프로그램이고, 시험의 방식과 채점 등이 현재 우리 교육과는 완전히 다르다. 학생 특성에 맞는 교육, 생각하게 하는 시험내용과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채점, 기회의 균등 등등… 현재 실험단계이긴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도입 자체가 내게는 일본교육의 「혁명」으로 느껴진다.

아라이 노리코 교수(新井紀子)는 『컴퓨터가 일을 빼았는다(2010), コンピュータが仕事を奪う』라는 책을 써서,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인공지능을 이기기 위한 교육개혁을 역설했다.

이런 점이 일본의 IB공교육 도입의 배경이 되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우리도 그러한 방향으로 당연히 나아가야 할 것이다. 다만, 현재 교사의 자질 향상과 한국적인 교육내용을 마련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21년 학생수도 줄어들고 불필요하게 사립고교에 지원되는 여러 지원금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투입된 예산 등을 재정비해 사용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부분적 개선이 아니라 근본적인 교육 혁명을 실천할 의지와 방향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개혁의 철학, 그리하여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미래를 이끌어갈 전인적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혁명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IB도입은 비록 그대로 우리가 따를 필요는 없지만, 교육개혁과 관련한 사고의 전환이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