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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포럼


비법률가(전직 고위관료)들의 자문....그 문제는


전관예우의 또 다른 모습

브로커와 전관 변호사들의 공생관계인 전관예우가 법조비리의 큰 축이라면, 퇴직한 고위 공무원과 전직 근무처의 끈끈한 관계 또한 전관예우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변호사법에 의해 모든 법률 분야에 대한 유료 법률자문(알선 중개)은 변호사 또는 법무사만이 할 수 있고 일반인(비법률가)의 유료 법률자문은 변호사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되는 것이 원칙이다. 세법에 대해서는 세무사 혹은 공인회계사가, 특허법에 대해서는 변리사가, 부동산중개에 대해서는 공인중개사가 법률자문을 유료로 해줄 수 있으며, 그 이외에 무자격자(비법률가)는 무료 법률상담만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로펌의 고문으로 채용되면 관련 경력이나 자격증이 없는 일반인일지라도 유료 법률자문(알선 중개)을 할 수 있다고 법무부가 합법적으로 인정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로펌들은 정부의 고위관료들이 퇴직하면, 이들을 고문으로 채용한 뒤 법률자문을 한 대가로 고액의 연봉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여기서 문제는, 대형 로펌에서 퇴직한 전직 고위관료(비법률가)들을 로펌의 상임, 비상임 고문으로 채용비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화우 등의 대형 로펌에는 1백여명 안팎의 전 고위관료들이 상임비상 고문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이들 절반 이상 재경부, 공정위, 산자부, 금감원, 국세청 등 경제부처 출신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변호사 자격증도 없이 소송대리인으로 소송변호를 하지는 않고 말 그대로 법률자문역할만 하면서 한해 수 억원의 고문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많은 뉴스에서 퇴직 고위 관리들은 대형로펌에서 법률자문료로 연봉의 대부분을 받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전직 고위관료들을 통한 영향력 행사 

그렇다면 대형 로펌들이 거액의 연봉을 들여가면서까지 전직 고위관료들을 영입하려는 이유는 뭘까.

이른바 전직 고위관료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전직 근무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내부 정보를 미리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분쟁의 마지막 단계인 소송보다 훨씬 이전 단계인 입법이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미리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손을 써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탄탄한 인맥과 전문성을 갖춘 전직 고위관료들은 기업 등 로펌 고객의 입맛에 맞게 정부 부처에 영향력 있는 청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퇴직한 고위 공무원은 로펌의 영입 대상 1순위이라고 한다. 

고위관료를 영입할 수 없는 사람들, 국민들 입장에서는 정부의 결정과 국회에서의 입법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심해지기 때문에, 퇴직 공직자가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은 열어두되, 로비스트나 정경유착으로 가는 길은 더욱 엄격하게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