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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포럼


[평화] 정상회담에서 비상식적 무관중 경기, 기대와 실망의 반복

jjabalab
2019-10-18
조회수 1147

지난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경기는 0-0 무승부로 양 국이 승점 1점씩을 나눠갖으며 마무리됐다.


29년만에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축구대표팀의 맞대결이라는 점만으로도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으나 이 날 경기는 경기 외적인 면에서 더욱더 많은 논란과 이슈를 만들어 냈다.


북한은 이번 경기와 관련하여 우리 언론의 생중계는 물론 취재·응원단의 방북을 불허했다. 북한축구협회가 선수단과 임원진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취재진, 한국 응원단 등)의 비자 발급을 위한 초청장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수단의 직항로 이용도 허용하지 않아 우리 선수들은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들어가야 했다.


심지어 북한 관중들까지 출입을 통제하여 5만 명 수용 규모의 김일성경기장은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 및 평양 주재 외교관 등 약 100여 명만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경기 후 영국 BBC는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더비”라고 표현하며 이날 경기의 비상식적인 운영을 보도했고, 경기를 관전한 인판티노 FIFA 회장 역시 실망스러움을 드러냈다.



북한이 이 같은 비상식적인 행위(무관중, 무중계)로 경기를 치른 것에 대해 그 동안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하며 원정팀에게 ‘무덤’으로 불리던 김일성경기장에서 한국에게 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무관중 경기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북한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 이후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을 자행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 날 경기 역시 그 연장선에서 스포츠 경기에 정치를 개입시켜 우리 정부를 향한 불만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 더 일리있게 느껴진다.


북한의 의도야 어떻든 이번 평양 원정 경기는 향후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및 2023 여자월드컵 공동 개최 추진 의사를 거듭 밝히며 열망을 내비치고 있지만, 이번 사태에서 다시 한번 드러난 북한의 일방적이고 제멋대로인 태도에 과연 이들과 제대로 된 대화나 교류, 협력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설사 공동 개최가 이뤄지더라도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북한을 제어할 수 없다면 결국은 ‘북한 퍼주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늘 경계할 필요가 있다. 통일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다가 다시 실망하게 되는 상황이 매번 반복되며 허무함만 커져가지만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의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