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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포럼


[평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ASEAN

담쟁이
2018-02-26
조회수 1178

요즘 중국의 일대일로 경제권 구상에 따라 ASEAN에 중국의 새로운 식민지(?) 개발 붐이 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ASEAN은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10개국이 참여하고 인구는 6억 명을 넘고 GDP도 2013년 기준으로 2조 4천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 경제권이다.

사실, 중국은 2014년 이후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대립으로 아세안 국가로부터 많은 견제를 받아왔다. 중국 국영석유회사가 2014년 남중국해 서사제도 인근에서 80여 척의 배를 동원해 석유 굴착 작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5월에는 중국 선박과 베트남 배가 충돌하는 사고까지 있었다. 이때부터 아세안은 중국의 행동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2017년 3월에는 중국이 남 중국해에 군사거점으로 삼으려고 만든 3개의 인공섬이 완성돼 전투기 20대 이상을 보관할 수 있는 격납고 등 시설이 갖추어지기도 했다.


◈ 이제 ASEAN에서 중국을 아무도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 2017년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아세안 정상회담 때부터는 아세안의 중국에 대한 태도는 매우 달라졌다. 2014년부터 꾸준히 표명되어온 중국의 남중국해 공세에 대한 우려 표명이 차츰 사라지고 있다. 8월의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남중국해에서의 각국 행동을 규제하는 「행동 규범(COC)」에 법적 구속력을 갖는 문제를 둘러싸고 논의하다가 결국 구속력을 명기할 수 없었다. 여기서 구속력 가지는 것에 찬성하던 말레이시아 외교부 장관은 나지브 말레이시아 수상으로부터 질책까지 들었다. 

이렇게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들이 반중으로 낙인찍히지 않으려고 중국과의 협조 자세를 취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의 힘이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2014년 11월 중국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서 공식 제창한 이후 3여 년 만에 세상이 급속히 바뀐 것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 하에 아세안 각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백악관 홈페이지>


◈ 지금 아세안은 중국발 개발 붐~ 

베트남과 태국에 고속도로가 만들어지고, 라오스, 방콕, 싱가포르를 연결하는 종단 철도가 생기며, 베트남 다낭과 미얀마 다웨이 항이 고속도로로 연결된다. 에너지 부분의 인프라는 거의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중국 남방전망(南方電網) 베트남•라오스•태국•미얀마와 홍콩•마카오에서 송전선로를 연결해 전력을 수출하고 있다. 중국은 인도네시아와 1000만 kw 규모의 발전소 건설을 하고 있다. 중국 수력발전그룹(中國水電集團)은 말레이시아  바쿤 수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했다. 베트남의 대부분의 크고 작은 발전소들도 대부분 중국 업체에 의해 세워진 것이다.
이외에도 알리바바, 텐센트 등 기업들의 투자까지 포함하면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 따른 아세안에 대한 투자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규모가 크다.


◈ 미국도 실크로드 기금 환영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TPP는 탈퇴하면서 인도 퍼시픽이라는 아시아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아세안에 대한 전략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오바마 정권 때의 피봇 투 아시아(아시아로 회귀) 정책과 같은 명확한 입장이 아직 준비돼 있지 않은 듯 보인다. 현재 트럼프 정권은 중국의 일대일로 경제권 구상에 협력도 약속했다. 지난 2017년 11월 방중 때 무역 및 투자 협정에 서명하면서 합의한 2,500억 달러의 무역 불균형 시정을 위한 협력 기금도 결국 실크로드 기금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또한 ASEAN에 그 어느 나라 못지않게 투자를 많이 해온 나라이다. 74년 다나까 수상이 타이와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 반일 시위가 이어진 후, 후쿠다 정권은 후쿠다 독트린을 발표하면서 아세안에 대한 마음과 마음을 엮겠다는 의지로 외교의 범위를 넓혀갔다. 


◈ 일본이라고 가만히 있지 않는다.

최근 일본은 미국의 TPP 탈퇴 이후 캐나다 등의 동요에 직면해, 아세안을 더욱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차원에서 일본은 아세안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방관할 수 없다. 정부와 자민당이 나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최대한의 협조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대일로의 파급력이 커진 이상 이를 방관하기보다는, 중국을 내부로부터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1987년 IMF 위기 때 AMF를 구상하면서 이니셔티브를 장악하려 했지만 클린턴 정권의 반대로 무산되어 왔다.


그럼, 우리 한국은?
현재 한국 외교는 당면한 북한 핵 문제 이외 없는 듯하고, 전 세계를 조망하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외교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외교관계가 강대국 간, 강대국과의 그것만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ASEAN의 한 나라나 인도 등 신흥 발전국들이 미래의 세계 패권을 가지지 못하란 법이 없다. 미국이 일본과 함께 하던 TPP를 팽개치고 인도를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전략의 중요 축으로 삼은 이유도 그러하다. 지구는 둥글고 세계는 넓다. 이제는 군사력을 갖고 세계를 제패하는 시대는 아니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진정으로 우뚝 설 미래의 구상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흔들리지 않는 철학이 요구된다. ASEAN에서 피땀 흘려 일하는 기업과 노동자들의 노력이 더 큰 빛을 발하는 외교 전략의 미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