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포럼


[정의] 그를 보내며 – 진정한 서민의 대변자, 유쾌한 노회찬

산하늘
2018-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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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지? 말도 안 돼.”
장난인 줄 알았고 기사를 검색해 본 후 한참을 멍해 있었다. 이제 우리는, 나는 무얼 어떻게 해야 하나...
그 후 미안함과 서글픔, 그리움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그의 장례식장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다. 친분이 있건 없건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있건 없건 모두 평등하게 세 사람씩 늘어서 1시간여를 기다려야 비로소 고인에게 국화꽃 한 송이를 올릴 수 있었다. 그가 보면 좋아했을 장애인도 대통령 비서실장도 주부도 어린이와 학생도 모두 한 사람 몫으로 평등한 그다운 장례식장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인터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인을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운다. 미안하다며... 살기 바빠서, 또는 비겁해서, 한 편으론 믿거라 하는 마음에 마음 속으로만 응원했던 이들. 어쩌면 그것도 아주 가끔씩이었을지도 모른다. 때론, 특히 선거 때는 민주진영표를 갈라치기한다며 원망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이 운다.


<이미지출처 = 위키미디어> 


노회찬은 훌륭한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멋진 사람이었다. 그 핍진하고 굴곡진 삶 속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은 촌철살인 노회찬. 그가 말하면 사람들은 웃었다. 그 말이 너무 재밌어서, 시원해서, 정말로 공감돼서.
무거우면 가라앉는다고 말했다는 사람.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그를 추모한다. 마음에 마디가 없고 원망이 없었으며 첼로 연주를 좋아했던 사람. 이런 정치인을 우리는 또 가질 수 있을까?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외모를 지녔고 손석희 앵커와 같은 나이라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어쩌면 10년 후엔 손석희 앵커보다 더 젊어보였을지도 모르는데 이제 확인할 길이 없다.

유서에서조차 그의 치열한 도덕성과 헌신이 보였다. 굳이 4천 만을 받았다고 명시한 부분이나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나아가야 한다’는 말. 그의 진심이 통해 당원이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기초수급자도 당원 가입 문의를 했다는 소식,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울먹이더라는 소식.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를 많이 아끼고 사랑했었나 보다. 진보는 과격한 주장과 집회, 그리고 투옥 등으로 각인되어 무슨 얘기인지 들어보기도 전에 외면해버렸던 사람들에게 그는 유쾌하고 선명한 서민의 언어로 주장이 아닌 이야기를 건네왔다. 그래서 마음의 문을 열고 귀기울이고 공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 그가 졌던 짐은 남은 사람들이 져야 한다. 다행이도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 나눠진다면 그렇게 무겁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가 꿈꿨던 정의로운 세상, 올바른 민주주의, 이제 우리가 실현해야 할 차례다. 노회찬 같은 사람이 다시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노회찬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주 작은 부분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