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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던 곳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 도야마(富山)형 데이서비스

담쟁이
2019-03-05 17:16
조회수 70

한 아파트 작은 집에서 노인과 중년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먹고 떠들고 놀며 목욕도 같이 한다. 마치 추석이나 설날 귀향해서 할아버지, 아버지, 아이들 등 대가족이 한바탕 먹고 마시고 즐기는 분위기가 연상된다. 이것은 대가족 행사가 아니라, 최근 일본에서 확산일로에 있는 새로운 간병서비스이다. 

 

이는 인지증 환자나 노인이 자신이 평생 살아오던 곳에서 케어를 받고 활기 넘치게 살다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는 접근이다. (인지증, 닌치쇼, 認知症, 최근 한국에서도 치매라는 말 보다 인지증이란 용어를 사용하자는 의사들이 있고 그 말이 환자를 존중하는 표현으로 생각돼, 일본에서 사용되는 그대로 쓰기로 한다.) 

 

우리가 노년 생활을 이야기할 때 대학병원이나 큰 병원이 있는 곳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죽음을 앞두고 병원에서 나와야 할 뿐 아니라, 많은 환자들이 자기가 평생 살아 익숙한 곳인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기도 한다. 이는 수구초심과 같이 죽어서 고향에 묻히고 싶은 원초적 본능이다.

 

과거 간병서비스 업체들은 대부분 시설에서 인지증 환자에 대해 신체를 구속하고 억제하던 방식으로 관리 혹은 치료를 해왔다. 특히 규모가 큰 시설일수록 '자유 구속-약물치료' 등으로 케어를 해왔다. 하지만 그런 강제적 방식은 장애 및 인지증 환자와 간병하는 사람 양쪽을 피폐하게 한다. 따라서 다양한 차원에서 환자 혹은 간병 상대를 중심으로 한 케어 철학에 기반을 둔 접근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인지증 환자나 노인, 심지어 장애인까지 함께 간병하는 '지역밀착·세대통합형', '소규모' 간병서비스업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소위 '도야마(富山)형 데이서비스(DayService)' 이다. 도야마 현은 일본 최고 높이(186m)를 자랑하는 수력발전 댐인 구로베(黒部) 댐이 있는 천혜의 관광지이다.

 

 

▣ 시작은 고노유비 도-마레 케어하우스

 

아기부터 노인까지 장애의 유무에 관계없이 모두가 함께 가까운 지역에서 데이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소, 그것이 '도야마형 데이서비스' 이다. 이 형태는 1993 년 병원을 퇴직한 소만 가요코(惣万佳代子) 등 3명의 간호사들이 개설한 '고노유비 도-마레(このゆびとーまれ)' 에서 시작되었다. 

 

그녀는 “병원에서 퇴원 허가를 받은 노인들이 '집에 돌아가고 싶다', '다다미 위에서 죽고 싶다' 고 울고 있는 장면을 많이 보고, 그런 노인들을 도와줄 방법이 없나 하고 생각해, 하나의 지붕 아래 아기부터 노인까지 장애가 있어도 누구나 편하고 가볍게 이용할 수 있도록 '데이하우스 케어' 를 만들었다”라고 한다.

 

민가를 사용하여 가정적 분위기 속에 대상자를 한정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시설은 기존의 관료행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연한 서비스의 형태로, 개설 초기부터 전국적으로 주목을 끌었다.

 

당시는 간병 보험도 없어, 시설 유지를 위해서 행정적 지원이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사업자와 주변의 요구에 따라 1997 년도부터 민간 데이서비스 시설에 대해 보조금이 교부된다. '장애 종류와 나이를 넘어 하나의 사업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라는 방식에 대한 호평의 결과였다. 이렇게 행정의 지원까지 곁들어 '도야마방식', '도야마형' 이라고 불리며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2003년에는 '도야마형 데이서비스 추진 특구' 로 지정되어 '간병보험 데이서비스' 로 인정되어, 신체장애인뿐 아니라 지적장애인 및 장애 아동까지 케어하기에 이르렀다. 2006년에는 특구 이외에도 전국에서 가능토록 바뀌어 전국 지자체가 도야마형 소규모 시설의 설립과 개보수 및 기능 향상, 직원 교육 및 연수 등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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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유비 도-마레 홈페이지 (http://www.geocities.jp/kono_yubi/)

 

가정적 분위기에서 자연의 하나로 살아갈 수 있는 것, 소규모이므로 개별 상태에 맞춘 매우 세심한 간병이 가능한 것, 이용자를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노인과 어린이, 장애인과 어린이 등이 함께 생활하는 것, 이것들을 통해 이용자와 간병인들 사이에 생활에서의 시너지 효과가 생겨 효율적 케어가 이루어진다. 이로써 '도야마형 데이서비스' 에는 다양한 가능성이 있으며, 각각의 시설이 이용자 본위의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 가족이 한 곳에, '니기야카 케어하우스'

 

'도야마형 데이서비스' 의 대표적 사례로서 '데이케어하우스 니기야카' 를 소개하고자 한다. 니기야카(にぎやか)는 떠들썩하고 활기차다는 일본어이다. 말 그대로 데이케어서비스 공간이 아이들과 어른 그리고 간병인들이 떠들썩하게 왁자지껄 살아가는 것이며, 그 자체가 케어인 것이다. 나이를 초월한 여러 세대, 장애나 비장애인, 인지증 환자나 건강인 모두가 한 공간에서 교류하는 커뮤니케이션 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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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기야카 홈페이지 (http://www.nigiyaka.jp/index.html)

 

"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한 여성의 팔에는 생후 1개월 된 남자아이가 잠자고 있다. 이 여성의 아버지는 이 시설의 간병 직원이었고, 어머니는 섭식장애(거식증, 폭식증)로 19세 때부터 이 시설에 다니다 아버지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장애 아이는 일상생활에서 학대나 육아 포기 등의 리스크가 높은데도, 이 시설이 따뜻하게 받아주고 시설의 모든 이용자가 상황에 따라 돌봐 준다. 갑자기 불이 꺼지고 촛불이 켜지면서 이용자 중 한 명의 생일 축하 노래가 터져 나온다. 함께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옆에서 무엇을 하든 상관없이 지내는 사람도 있다."

 

위 글은 한 언론사 기자가 '니기야카' 를 취재해 묘사한 글이다. 형식이나 룰보다는 자유 또는 인간의 감각을 우선시해 사람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도야마형'의 특징인 것이다.

 

또한 데이서비스이므로 소규모이지만 다기능이란 특징도 빼놓을 수 없다. 재택에서 자주적으로 생활하며 간병 받으려는 사람들이 등록해 규칙적으로 통근할 수도, 방문할 수도, 또한 숙박할 수도 있다. 위 '니기야카'에도 통나무집 분위기의 2층에 숙박이 가능토록 준비돼 있다. 인지증 환자 이용자 중에는 요리를 잘하면 요리를 하고, 만들기를 잘 하면 만들기를 하고, 여러 세대가 함께 하므로 노인들도 생기가 넘친다. 심지어 그림편지 쓰기, 아트 랩핑, 차도 교실, 체조, 카페, 운동회 등으로 자유롭고 자립하려는 의지를 생활 속에서 서포트 해주는 간병서비스인 것이다.

 

NPO 법인 '니기야카' 의 사카이 유카코(阪井由佳子) 대표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죽을 때까지 보살펴준다, 부모 자식 간은 아니지만 가족이다" 라는 활동 이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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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상대와 간병스텝이 함께 해 누가 스텝인지 구별이 어렵다. 

출처: 니기야카 홈페이지 (http://www.nigiyaka.jp/nigiyaka.html)

 

▣ 소규모 다목적 홈 서비스

 

이것 이외에도 룰 보다 간병 상대 위주의 케어를 실천하고 있는 소규모 사업자나 복지 법인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면, '주식회사 그룬토비(ぐるんとびー)' 와 같이, 도심지에 빈 아파트를 활용한 서비스로 도시 빈집 문제를 노인 간병과 연계시킨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 한 동을 커뮤니티로 만들어 한 집에 간병할 필요가 높은 2명의 노인과 싱글 맘과 아이가 동거하는 패턴이다. 방은 분리돼 있고, 임대료는 노인 2인이 부담하는 대신에 싱글 맘은 동거하는 2명의 노인의 식사 서비스를 하고, 간병 회사는 그녀에게 월급을 지급한다. 그 월급은 회사가 정부로부터 간병 보험료로 받는다.

 

현재 일본에서는 노인들만 남은 빈 아파트를 리모델링 하면 80% 정도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그리고 노인들이 평생 살아왔던 곳 바로 옆집이나 주변 빈 집에 젊은 세대를 수용하는데, 그들이 노인들을 돌보는 것이다. 소위 소규모 다목적 홈인 것이다. 이것이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로 부각되고 있다.

 

 

▣ 노년생활은 살던 곳에서 다세대가 함께 해야

 

어느새 우리도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 개인들도 노년생활에 대한 대비책으로 골머리를 썩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후’라 하면, 자금이라는 돈을 먼저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건강하고 멋지게 인생 후반기를 맞고 끝내려면, 돈 보다 인간관계가 먼저이다. 친구나 지인들 관계가 지속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은 곧 세상을 떠나므로 일시적이다. 자기가 케어까지 받으려면 자기가 평생 살아왔던 그 거리 그 집에서 젊은 세대와 호흡하며 함께 하다가 인생을 마무리하는 것이 최고의 행복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그동안 시니어에게 외면당해 온 마을 노인정에서 청년세대와 이벤트를 함께 하는 실험이 성공하고 있다. 평생 살아온 곳에서 노년을 즐기다 가려는 시니어에게 '지역밀착·세대통합형' 라이프야말로 행복을 보장해줄 것으로 보인다.

 

상기 글은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에도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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