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서커스


사람을 위한 따뜻한 기술들로 새 생명을 얻고, 새 삶을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


지렁이가 가져온 큰 변화, 지렁이 화장실

클리타노스
2019-09-10
조회수 6712

우리가 매일 하는 일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화장실 가기’입니다. 인간이라면 생존을 위해 무언가를 먹어야 하고, 먹으면 배설을 해야합니다.그런데 만약 화장실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성범죄부터 식수 오염, 질병 확산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이나 난민캠프등에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통체의 문제이기도합니다. 화장실이 없어 강이나 들판에 볼일을 보는 경우, 그 배설물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강물을 오염시키거나 해충들이 바이러스를 옮기면서 콜레라 같은 질병이 확산되기 쉽습니다. 아래 영상은 Global Health Media Project에서 제작한 캠페인 영상입니다. 작은 위생 습관과 인식이 마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콜레라의 전염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영상 제목: The Story of Cholera/ 출처: Global Health Media Project (globalhealthmedia.org)


위와 같은 상황들은 화장실이 없거나 부족한 긴급구호 현장과 빈곤 마을에서는 늘 걱정거리입니다. 한국에서처럼 완벽하고 깨끗한 화장실을 뚝딱 지어내기에는 시간도, 비용도 많이 소모됩니다.



자연에서 찾은 숨은 해결박사, 지렁이(tigerworm)


1942년 시작된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난민캠프나 재난 및 전쟁 지역, 빈민가에 지을 수 있는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화장실이 없을까?"라는 고민 끝에 지렁이와 지렁이의 똥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렁이는 비를 좋아하고, 흙을 비옥하게 만든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렁이가 가진 능력은 생각보다 더 뛰어납니다. 여러 종류의 지렁이들 중에서도 '줄지렁이'(Tigerworm)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지렁이들은 화장실에 남겨진 인간의 배설물을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입니다. 또 지렁이들이 배설물을 먹게 되면서 화장실 안에 있는 배설물의 양은 줄어듭니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화장실의 수명도 길어집니다. 또한 지렁이가 사람의 배설물을 소화시킨 후 나온 분비물은 농작물 경작 등에 '퇴비'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지렁이 퇴비'는 여타 인공/화학 비료들보다 더 양질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옥스팜 지렁이 화장실은 일반 가정에서부터 공동체 단위까지 다양한 지역에 설치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지렁이 화장실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옥스팜 지렁이(Tigerworm) 화장실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분양된 지렁이를 사람의 분뇨와 함께 공기 순환이 잘 되는 용기에 넣어두면, 지렁이가 생리학적으로 분뇨를 분해시켜 지렁이분 퇴비로 전환시킵니다. 쉽게 말해, 지렁이가 사람의 배설물을 먹고 소화시킨 지렁이의 똥이 '유기농' 퇴비가 되는 원리입니다.

 

출처: Oxfam Pioneer - Tigerworm Toilet Project /2015 Report

 

옥스팜과 함께 지렁이 화장실 연구를 진행했던 러퍼버러 대학(Loughborough University)의 클레어 펄롱 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지렁이 화장실은 5년간 지렁이 분 퇴비를 변기통에서 비우지 않고 저장,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분뇨를 치울 때 발생하는 분뇨 처리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습니다. Mee Mee Htun(옥스팜 공공보건 기술 전문가(Public Health Engineer officer))는 주변의 반응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처음 지렁이 화장실을 캠프에 설치했을 때, 몇몇 여성들은 화장실에 지렁이가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무서워했어요. 하지만 화장실에 배설물이 쌓이지 않고 배출된다는 점과 지렁이 덕분에 자주 정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을 듣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오히려 지금은 일반 화장실보다 지렁이 화장실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냄새가 나지 않고, 벌레들도 사라져서 기쁘다'고 얘기해요. 혁신적인 옥스팜의 기술로 사람들을 더 건강하게, 지역을 더 깨끗하게 만들고 있구나! 보람을 느낍니다."

'지렁이 화장실'은 다양한 현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라이베리아(Liberia)와 시에라리온(Sierra Leone), 미얀마(Myanmar)에서는 이미 좋은 성과를 거뒀고, 인도(India)에서는 지역 파트너와 함께 1,200개 이상의 지렁이 화장실이 설치되었습니다. 여전히 더 많은 화장실이 설치 중에 있기도 합니다. 그 외 에티오피아에서는 특히 남수단 난민들이 모여 있는 난민캠프에 지렁이 화장실을 짓고 있습니다. 빌게이츠의 연구재단인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이 후원을 하고 유엔난민기구(UNHCR)와 협력을 통해 진행 중입니다.

 


깨끗한 삶, 배우는 삶, 안정된 삶

 

시에라리온 Port Loko 지역 고등학교에 다니는 18살 소녀 파티마


화장실은 여성, 특히 소녀들에게는 커다란 문제였습니다. 실제로 여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커다란 이유 중 하나는 '화장실'입니다. 사춘기 소녀들의 경우 한 달에 평균 일주일 간의 월경을 겪습니다. 그 시기 학교에 화장실이 없다면 그 불편함과 위험을 감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렁이 화장실'이 생기면서 마을 학교에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여학생들의 학교 출석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고, 중도 퇴학의 비율도 낮아졌습니다. 또 자연스럽게 여학생들의 졸업률도 높아졌습니다. 학교에서 위생교육을 받은 아동들은 홍보대사가 되어 가족과 친구들, 이웃 주민들에게까지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지역주민들도 학교의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사용료를 대신하는 작은 기부금들이 모였습니다. 이 기부금으로 학생들을 위한 운동장을 지을 수 있었고, 교과서나 학용품들을 가난한 아이들에게도 무료로 나눠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개인의 삶과 지역 사회의 변화까지 이끌어낸 신기한 지렁이,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혁신을 만드는 옥스팜의 활동이 기대됩니다.





<출처: 옥스팜 공식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