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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 루미르K: 전기없이 식용유로 빛을 밝히다.

담쟁이
2019-03-04
조회수 387

조명스타트업 루미르 박제환 대표
빛 보급 위해 식용유 램프 개발
목표는 '기술 기반의 글로벌 소셜벤처'


‘크라우드 펀딩 1억 6000만원, 시험 결과 250가구 만족도 92%, 구매 의사 95% 달성’

평범한 공대생이 2년 반 동안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올린 성적이다. 전기가 없는 곳에 빛을 주겠다는 목표로 촛불 램프와 식용유 램프를 만들어 파는 청년. 조명 스타트업 루미르의 박제환(29) 대표다. 열에너지를 빛에너지로 바꾸는 램프를 개발했다.

램프 하나로 세계 1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1억 6000만원을 모았고 인도네시아 현지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물론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 판매 중이다. 처음부터 창업할 생각은 없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여행이 그의 삶을 바꿨다. 여행을 다녀온 후 전공까지 바꿔가면서 창업을 결심한 박 대표의 사연을 들어봤다.


중앙대학교 수리통계학과에 재학 중이던 그는 2014년 친구와 함께 인도 여행을 떠났다. 인도에 10박 11일 동안 머물면서 이틀에 한 번 정전을 경험했다. "인도라는 성장 국가에서 왜 이렇게 정전이 자주 될까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주민들이 정전됐을 때 놀라지 않고 발전기를 돌리거나 촛불을 찾는 모습이 신기했죠."

이때까지만해도 전기가 필요한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나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다만 전기가 없는 곳에서도 빛을 내는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한국에 돌아가 전자전기공학부로 전과했다. 공과대학에 가면 제품 제작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3학년 1학기 때 '캠퍼스 CEO' 수업을 들으면서 제품 개발의 발판을 마련했다. 정전돼도 불이 켜지는 무정전 전원장치 ‘UPS’를 만들어 캠퍼스 CEO에서 대상을 받았다. 같은 아이템으로 10여 개의 대회에 참가. 총 8곳에서 대상을 받았다. 모은 상금만 2억원이었다. 2014년 말 조명스타트업 루미르를 시작했다.

포상으로 간 빈민촌, 개도국 위한 제품 개발 결심

2015년 초에 우승 포상으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빈민가에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그곳 역시 정전이 잦았다. 어떤 마을은 전기가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 "어린아이들이 메케한 등유 냄새를 맡으면서 램프를 사용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작은 촛불 하나에 의지해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면서 웃음을 잃지 않더군요.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전에 만들었던 UPS는 제작비용이 비싸 개발도상국에 판매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던 물건을 이용해 효율을 높이고자 했다. 정전됐을 때나 저녁에 꺼내던 양초가 생각났다.

"양초에 불을 붙였을 때 빛 에너지로 쓰이는 건 10% 뿐입니다. 90%는 열에너지로 발산하죠. 에너지를 빛에너지로 바꾸면 조금 더 밝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1년의 개발 과정을 거쳐 양초 위에 씌우면 빛을 증폭시키는 촛불 램프 루미르C를 만들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양산화해서 개발도상국에 납품하기엔 가격이 비쌌다. 가격을 낮춰 판매하자니 사업을 지속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 찾은 해결책이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킥스타터(Kick Starter)였다. 가격을 올리더라도 더 나은 디자인과 품질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 크라우드 펀딩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그 수익으로 개도국에 납품할 제품을 따로 만드는 것이다. 제품 보완을 시작했다.

식용유 램프로 불리는 루미르K와 사용방법/루미르 제공


크라우드 펀딩으로 1억6000만원

2016년 1월부터 3월까지 킥스타터에 루미르C를 소개했다. 수익금으로 개도국의 빛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크라우드 펀딩의 취지도 설명했다. 두 달 동안 56개국에서 1억 6000만원을 모았다. 제품을 만들던 중 한 고객이 촛농이 흐르지 않게 받침대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냈다. 7월까지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받침대도 만들어 함께 배송을 시작했다.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나 싶었는데 3명의 고객에게 받침대가 녹는다는 제보를 받았다. 결국 해외로 배송한 모든 제품을 리콜했다.

이후 받침대를 보완했고 일본, 대만 등에 판매를 시작했다. 개도국을 타깃으로한 저렴한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같은 원리지만 원료를 바꿨다. 양초가 아닌 등유를 이용했다. “양초는 크기가 다양해서 통일성 있는 원료가 필요했습니다. 등유 냄새나 그을음 때문에 망설였지만 최대한 적게 쓰면서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게 했습니다.”

등유를 원료로 하는 램프 루미르K를 만들었다. 그즈음 예비창업자, 스타트업, 소셜벤처 등을 대상으로 개도국 문제 해결 기술과 아이디어를 발굴해 지원하는 코이카의 CTS(Creative Technology Solution)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서류와 발표 심사를 거쳐 지원 대상 업체로 뽑혀 2017년 1년 동안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루미르K의 필드 테스트 기간을 가졌다. 250가구에게 나눠주고 검증을 받는 것이다. 시내에서는 잘 작동했지만 시내와 떨어진 마을에서는 작동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마을에서는 가짜 기름을 쓴 탓이었다. 제품을 다시 손 봐야 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사용하고 있는 루미르 K/루미르 제공


식용유 램프로 인도네시아 진출

등유가 아닌 다른 원료가 필요했다. 문득 램프에 가짜 등유도 아닌 식용유를 넣어 쓰는 현지인이 생각났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식용유가 물, 쌀과 함께 7대 필수품입니다. 1L에 800원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등유보다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식용유를 원료로 정했습니다. 원료 통만 다시 개발해 루미르K에 적용했죠.”

새로운 루미르K로 현장검증을 계속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현지인들의 평가를 데이터화했다. 1년의 필드 테스트는 성공적이었다. 5점 만점 중 편리성 4.5점, 경제성 4.9점, 밝기 4.8점을 받았다. 250가구 중 92%가 제품에 만족했고 95%가 구매의사를 보였다. 인도네시아 현지 식료품업체에서 투자도 받았다. 현지 식용유 브랜드와 함께 판매할 예정이다.

루미르K, 전기 없이 식용유로 빛을 밝히다

FC(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에 따르면 전 세계 13억 명이 전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빛이 부족한 환경에 노출된 인구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등유 램프에 의지하는데, 한 달 수입의 30%를 연료인 등유 구매에 쓴다고 한다. 그마저도 90%는 열을 발생시키는 데만 쓰고, 겨우 10% 정도만 빛을 내는 데 활용되는 등 효율이 매우 낮다. 뿐만 아니라 등유 램프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연기는 담배 40개비를 피는 것과 같을 정도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루미르’는 이러한 환경에 놓여 있는 인도네시아를 주목했다. 등유가 아닌 대체재를 활용해 빛을 낼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나선 것이다. 결국, 전기와 배터리 없이 식용유로 작동하는 ‘열전발전 LED 램프 루미르 K’를 탄생시켰다.

‘열전발전 LED 램프 루미르 K’는 우리 돈으로 약 800원 정도의 식용유만으로 한 달 동안 빛을 낼 수 있다. 1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긴 수명도 특징이다.

인도네시아는 식용유로 튀긴 음식을 많이 먹고,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 폐식용유가 풍부하고, 잦은 비로 조명이 필수라는 점에서 ‘열전발전 LED 램프 루미르 K’가 최적의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기후는 덥고 해가 짧은 편이다. 국민들이 일하고 싶어도 빛이 없어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열전발전 LED 램프 루미르 K’로 빛을 만들면 수익 창출로 연결할 수 있는 등 삶의 질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출처: 

붓고, 꽂으면 끝…전공 바꾼 청년의 ‘식용유 램프’ 대박,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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