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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포럼


[안전] 화려한 영상 속의 그늘 방송사고 - 스태프 3m 높이에서 추락

산하늘
2017-12-29
조회수 1089

얼마 전 tvN 드라마 ‘화유기’의 방송사고가 발생했다. 무리한 작업 일정으로 인한 예견된 사고였다.
2화 방송 도중 두 번이나 10분 넘게 방송이 지연되는가 하면 스턴트맨들의 와이어가 지워지지 않고 액자가 넘어지는 장면에서도 낚시줄이 등장했으며 CG처리를 미처 하지 못한 장면이 방송되기도 했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것은 첫 방송 전날인 23일 세트 작업을 하던 스태프가 추락하여 하반신 마비가 되는 큰 사고가 있었다는 것이다.
20년이 넘는 경력을 지닌 소도구 담당이었던 그 스태프는 안전장치도 없이 3m 위 천장에 조명을 달다가  추락하여 허리뼈와 골반뼈가 부서지고 바닥에 머리까지 부딪혀 뇌출혈 증세까지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행히 의식은 돌아왔으나 아직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으며 하반신 마비의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고질적인 촬영장의 문제로 인한 사고

이 사고에는 촬영장의 여러 문제가 중첩적으로 드러난다. 먼저 하루 두 달 가까이 17시간 정도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쪽대본’으로 대변되는 드라마 촬영은 밤을 새워 작업하기 일쑤이다. 요즘에는 사전제작을 하는 드라마도 있지만 아직 대다수의 드라마가 후반부에 들어서면 당일 편집해서 내보내는 긴박한 상황이다. 이러니 작품성은 고사하고 안전사고만 일어나지 않아도 다행인 시스템인 것이다.



또한 세트 천장은 무게가 적고 가격이 저렴한 ‘스프러스’ 소재 나무로 지어져 작은 무게에도 무너질 위험이 있는 등 세트장 자체도 안전하지 않았다. 사고를 당한 스태프는 MBC 아트 소속으로 하청의 하청으로 작업에 참여했으며, ‘소도구’ 제작 담당자가 조명을 달기 위해 천장에 올라갔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고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것도 큰 문제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경우는 아니지만 스태프의 임금을 체불했다는 뉴스도 종종 들려온다.


아름답고 재미있는 영상 뒤엔 스태프들의 땀과 눈물이...

아무리 재미있고 감동적인 드라마라도 사고가 발생한다면 시청자들은 감동을 느낄 수가 없다. 영상에서 보여지는 인물들의 행복한 모습보다 열악한 제작환경 속에서 고생하는 스태프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에 드라마 제작을 중단시키고 근로환경과 안전대책 수립 현황을 즉시 조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드라마 제작환경이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장시간 근로에 안전하지 못한 세트장과 작업 환경, 하청과 임금 체불의 문제까지 해결되어 화면 속에서만이 아니라 그 바깥 현실에서도 진정으로 아름답고 감동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