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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포럼


[안전] 가장 슬픈 생일 - 특성화고 직업교육훈련생들의 열악한 현실

산하늘
2017-11-26
조회수 1036

지난 주 목요일 수능날은 이민호 군의 생일이자 추모제가 열렸던 날이다. 또래 친구들이 가슴 졸이며 수능을 보던 날 9일 불의의 사고로 숨진 이 군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제주도에서는 촛불을 들었다.

특성화고등학교 직업교육훈련생이었던 이민호 군은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음료수 공장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멈춘 기계를 점검하려다 갑자기 기계가 재작동하면서 큰 사고를 당한 것이다.
현장에는 실습생의 안전을 책임질 관리감독관도 없었고 뒤늦게 현장에서 일하던 다른 학생이 이를 발견했지만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게다가 이 군은 이 사업장에서 일하던 두 달여 동안 이미 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다. 기계를 정비하려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 갈비뼈가 골절되었지만 미처 회복되기도 전에 공장으로 복귀했던 것이다.

이 군에게 세상과 미래는 고통스럽고 막막했다. 학교도 이 군을 보호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성화고는 취업률 경쟁 때문에 학생들의 학교 복귀를 막기도 하고 심지어는 현장에서 견디지 못하고 학교로 돌아오는 학생을 징계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이 군은 그 사업장에서 밤 10시까지 기계 사이를 뛰어다니며 정비를 했다. 그리고 지금도 다른 이 군들이 산업 현장에서 현장실습이라는 명목 아래 위험하고 힘겨운 노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고객센터에서 일하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학생의 죽음과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김 군의 죽음을 잊기도 전에 또 다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이 군들을 방치해선 안 된다. 그들은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일을 배우고 한 사람의 몫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학교와 작업장은 사고가 나면 오히려 개인의 부주의로 원인을 돌린다. 표준협약서를 위반한 사업장에 과태료를 물리게 되어 있는데 과태료를 문 사업장이 없다고 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안전과 개인의 행복보다는 이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과 사회의 풍토가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 제2 제3의 이 군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회에서 가장 약한 계층인 직업교육훈련생들의 근무환경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반드시 담당자를 배치해 실무를 지도하게 하고 합의되지 않은 연장근로를 시키거나 임금을 체불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