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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포럼


[안전] 낙태죄 '헌법불일치' 판단, 이제 시작

블라썸
2019-04-11
조회수 1272

■ 낙태죄 '헌법불일치' 판단

헌법재판소(헌재)가 지난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 이후 7년 만에 달라진 헌재 인적 구성과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사실상 위헌인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2017헌바127) 1953년 낙태죄 조항 도입 이후 66년만이다.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이 헌법불합치 의견,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이 단순위헌,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이 합헌 의견을 냈다.


단순위헌과 헌법불합치 의견을 합산하면 법률의 위헌결정에 필요한 심판정족수를 충족한다. 따라서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20년 12월 31일 이전, 개선 입법을 할 때까지 해당 조항들을 계속 적용시키기로 했다. 개선입법이 없으면 2021년 1월 1일부터는 낙태죄 조항은 효력을 상실한다.


자기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 1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형법 270조 1항은 의사나 한의사 등이 동의를 얻어 낙태 시술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동의가 없었을 땐 징역 3년 이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동의낙태죄 조항이다.


헌재는 낙태죄 관련 조항에 대해 최종적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란 어떤 조항이 위헌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특정 시점까지는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결정이다. 위헌을 선고해 어떤 조항이 바로 효력이 없어진다면 사회적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다. 그 시점 이후로 대상 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바로 효력을 잃는다.


■ 여성의 자기 결정권, 인정해줘야

헌법불합치의 경우 위헌과 달라 기존에 낙태죄로 처벌을 받았던 사람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 판단을 받을 수는 없다. 만약 헌재가 위헌 판단을 내렸을 경우 2012년 합헌 결정 이후 새롭게 낙태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들은 재심을 통해 무죄 판단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었지만 무산됐다.


이번 결정을 앞두고 법조계에서는 헌재 내부의 변화와 낙태죄 폐지 여론에 힘입어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확률이 크다고 관측했고 이는 사실이 됐다.


위헌 결정을 위해서는 재판관들 중 6명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야 한다. 2012년 낙태죄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했을 때 8명의 재판관 가운데 절반인 4명이 위헌 의견을 냈지만 6명에 미치지 못해 합헌 결정이 나왔다. 이번엔 모두 7명이 위헌과 헌법불합치 의견을 내 결국 판단이 변경됐다.


낙태죄 폐지는 어차피 이뤄졌어야 하는 것 중에 하나이다. 헌법불합치는 헌재가 심판대상 법률이 위헌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해당 법률의 공백에 따른 혼란을 우려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법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인정하는 결정을 말하는 만큼, 그 사이에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법 개정에 총력을 다하여야 하며 국민들은 법이 어떻게 개정 되는지, 잘 개정되가고 있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